이석증은 의학적으로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이라고 불리며, 특정한 머리 움직임에 의해 어지럼증(현훈)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갑자기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강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대개 몇 초에서 1분 이내로 증상이 사라지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석증은 비교적 흔한 어지럼증의 원인 중 하나이며, 특히 중장년층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석증이란 우리 귀에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평형기관)이 있습니다. 이 전정기관은 반고리관(세 개의 고리 모양 관), 난형낭(utricule), 구형낭(saccule)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작은 탄산칼슘 결정체인 이석(otolith)이 존재합니다. 이석은 원래 구형낭과 난형낭에 붙어 있어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석이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고리관은 원래 액체(내림프)로 채워져 있으며, 머리를 움직일 때 액체가 흐르면서 신경을 자극해 균형 감각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이석이 반고리관에 들어가면 머리 움직임에 따라 이석이 같이 움직이며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짧고 강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석증의 주요 증상입니다.
이석증의 주요 증상
이석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현훈(vertigo)입니다. 현훈이란 단순한 어지럼증(dizziness)과는 달리, 마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드는 강한 어지럼증을 의미하는데 주요 증상으로는 머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고 특히 침대에 누울 때, 누운 상태에서 돌아눕거나 일어날 때, 고개를 위로 들거나 아래로 숙일 때 발생합니다. 어지럼증은 몇 초에서 1분 이내로 사라지지만, 같은 자세를 취하면 다시 발생하며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눈이 떨리는 증상(안진, Nystagmus)이 나타날 수 있고 균형 감각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불안정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석증과 다른 어지럼증과의 차이점은 이석증은 특정한 머리 자세에서만 발생하고,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지고 메니에르병과는 다르게 귀에서 이명(삐 소리)이나 청력 저하가 동반되지 않습니다. 뇌졸중, 뇌종양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보다는 비교적 위험성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석증의 원인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들이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노화 및 자연적인 퇴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전정기관의 기능이 약해지고, 이석이 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머리를 부딪히거나 충격을 받으면 이석이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크고 교통사고, 낙상, 스포츠 손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질환 및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데 내이염(전정신경염) 등 내이 질환이 이석증을 유발할 수 있고 귀 수술을 받은 경우 균형 기관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지내거나 특정한 자세를 지속하면 이석이 잘 떨어질 수 있으며 특별한 이유 없이 이석이 떨어져 나와 이석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석증의 진단 방법
이석증을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딕스-홀파이크 검사(Dix-Hallpike Test)입니다. 딕스-홀파이크 검사 방법은 환자를 앉힌 상태에서 머리를 한쪽으로 45도 돌린 후, 갑자기 등을 젖혀 눕히는데 이때 환자의 눈을 관찰하여 안진(눈 떨림)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하여,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 외에도 롤 테스트(Roll Test)라는 검사가 시행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비디오 안진 검사(VNG)나 CT, MRI를 통해 다른 질환과 감별할 수도 있습니다.
이석증의 치료 방법
이석증은 대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를 통해 빠르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① 이석 정복술(이석치환술, Canalith Repositioning Maneuver, CRM) :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물리치료 방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에플리 기법(Epley Maneuver)입니다. 머리를 특정한 순서로 움직여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다시 난형낭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며 보통 1~2회 시술만으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세몬트 기법(Semont Maneuver), 바리베 기법(Brandt-Daroff Maneuver) 등이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② 약물 치료(증상 완화 목적) : 항히스타민제(디멘히드리네이트), 항콜린제(스코폴라민) 등이 사용되고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할 경우 처방되는데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므로 이석 정복술과 병행해야 효과적입니다.
③ 생활 습관 관리 : 갑작스러운 머리 움직임을 피해야 하는데 수면 시 머리를 살짝 높게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스트레스 관리 및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합니다.
이석증의 예후 및 재발 가능성
이석증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질환이며, 대부분의 환자는 이석 정복술을 통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노화와 관련된 경우 재발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스트레칭, 바른 자세 유지, 평형감각을 키우는 운동(요가, 필라테스 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석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지만,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도 호전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경우 빠르게 회복되며, 생활 습관 관리와 예방을 통해 재발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